멋진 느티나무가 중앙에 자리한, 제법 큼직한 마을이다.
걷는내내 단 한사람도 만나지 못했다.
뭐 조용하게 산책하는데, 방해될것도 없다.
빈집 사진을 담는중에 산속에서 기척이 들려온다.
“스르륵, 스르륵……”
아주 규칙적인, 뭔가가 끌려오는 소리다.
숲 입구에서 소리를 기다려본다.
팔순이 훨씬 넘어보이는 어르신 한분이 몸보다 큰 마대에다 솔잎을 가득 담아서 끌고 오신다.
“아휴~
아버님, 이 무거운걸…..
이리 주세요~
어디까지 가세요?“
내가 끌어도 제법 힘이 들어가는 무게다.
”글쎄….
누구신지….“
들고오던 마대를 뺐기고, 잠시 생각에 빠진 모양이다.
”아버님, 동네가 아담하고 이뻐서 구경하러 왔어요.“
”아~ 그래요?
그렇지.
요까지 오는동안 사람은 못봤지요?“
”네, 벌써 농사일이 바쁜가요?“
”아니, 우리동네는 남자가 없어요.
외지에서 온 사람이 셋 되는데, 그나마 한집은 일년에 몇번만 보이고…..
남자들은 다 죽고 없어요.
남자가 없으니, 여자들은 자식들 집으로 가고….
이집도 저집도, 다 빈집이라….“
잠깐의 노동으로 땀이 좀 흐르는 시간에 맞춰 어르신 집 마당에 도착한다.
”막걸리 한잔 하시오!
수고했는디…..”
“아뇨, 아버님~
운전해야 해서 못마셔요.
근데, 솔잎은 어디 쓰시려구요?”
“아, 불땔때 쓸라고….
캬~~~
맛 조타!”
그사이 한잔을 마셔내고 김치 한조각을 입에 넣는다.
보고만 있어도 맛이 전해온다.
“요 앞집은 한때는 좀 살았어.
남자가 죽고나니, 재산때문에 싸우다가 삼대가 망했지.
살았는지 죽었는지 소식도 몰라….
남자들 죽고나면, 여자들은 여서 못살아잉~~
힘들어서 뭘 할수가 없시, 자식들 집으로 다 가는겨,
그러다가 가끔씩 죽었다는 소식만 오제….”
“아버님, 빈집이 이렇게 많은데, 왜 사람들이 안오죠?”
“남자들이 죽으면, 자식들이 볼때는 돈 가치가 없어요.
놔두면 돈이 더 될거같아서 못팔고,
비싸게 부르니 안팔리고,
욕심 때문에…..
별거아닌 목숨이라도, 남자가 이써야대…..”
삶이 닳아가는 시간을 뒤로하고…..